-
내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을 때일기장 2020. 5. 15. 09:03
5월 14 일 목요일.
왜 그런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. 시비를 걸지 않았어도 되는 일인데도 이상하게 그렇게 되어 버렸다. 안부를 묻는 물음에 그의 표정이 굳어 지는 것을 보고 대충 그의 상황이나 심정을 이해는 했음에도 내 행동은 그렇게 나가지 않았다. 팀장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당신이 나와 잘 지내지 않으면 나한테 이런 취급을 받을거야. 그러니까 나한테 잘 보여, 잘 해, 인사 잘 하고, 라는 무의식이 깔린 무시를 함과 동시에 당신과는 다르게 다른 이들한테는 이렇게 편하게 대 해 줄거야 하는 차별도 의식했던 것 같다. 상황을 놓고 봐야 이야기가 맞을 것이다. 어떤 심리 전개가 바탕이 되어 있었는지 알아야 내가 왜 그렇게 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. 전적으로 사랑받지 못 함과 인정받지 못 함, 이제 막 입사한 이들에게 뒤쳐진 듯 한 서러움, 쓸쓸함, 고독감과 왜 그렇게 어린 애들만 뽑으며 나이가 찬 이들을 몰아 세우려 하는지에 대한 배신감, 분노, 절망감, 초조함등이 그에게 한 대 뒤 섞여 있다. 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. 그는 키가 작다. 통통하다, 아니 비만하다. 어렸을 때 어떤 상처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자신의 말에 잘 웃고 잘 떠들고 자기 기분에 잘 맞추는 이를 좋아한다. 그런 태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질이다. 다만 경중의 차이가 심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정도가 있을 뿐이지만. 지켜야 할 가정이 있다. 자신이 통솔하여 정해진 물량을 정해진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. 잘 하든 못 하든 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위치이다. 처음엔 그 적도 자신이 안으려고 노력했을테다. 자신이 잘 나던 못 나던 관계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지는 아량으로 배풀고자 했을테다. 하지만 가벼운 시비부터 갈등에서 비롯 된 사소한 일들이 누적되다 보니 자신도 참을 수 없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, 나 처럼. 더 이상 그들을 안고 갈 여유가 없을 것이다. 나 또한 어느 순간엔 미워하는 마음을 깊게 가졌다가 나중에 되어서야 나의 문제를 알고는 다시금 풀기를 반복하고 있다. 그 역시 제 나름대로 그런 일을 하고 있을테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것이다.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렇듯. 알고 보면 그도 나와 같이 역시나 마음 여린 한 사람일 뿐이다. 반장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 일 것이다. 자신이 못 난 것은 자기 자신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. 그래도 사람은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.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니까. 그런 그도 자신을 보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.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것들 역시 자기 자신을 부족히 여기는 마음에서 오는 산물일 것이다. 별 것 아닌 걸로 욕을 얻어 먹은 그 역시 마찬가지이다. 결국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남들이 나한테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. 난 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가. 왜 내가 받았던 상처 중에서 크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상처를 남에게 계속 주고 있는 것인가. 배에게도 마찬가지다. 배 역시 별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. 자기 자신이 깨 닫고 움직일 여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움직였을 것이다.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고 자기 자신의 생활 패턴이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. 그러나 그러지 못 하고 있지 않는가. 나도 어떤 부분에서, 가령 길가다 돕고 싶은 유기 견이 있어도 마음만 가 닿을 뿐, 실제 행동으로는 못 나서는 것 처럼 그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. 나도 못하는 걸 왜 남에게 계속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. 나는 그렇게 완벽한가. 나도 완벽할 수는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. 그 것은 당연하다. 인간의 매력은 부족함에서 오기 때문이다. 내가 힘들다고 해서 그 것을 누군가 받아 줘야 할 이유는 절대 없다. 내가 힘들다고 남에게 상처 줄 권리 역시 절대로 없다.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다. 내가 바뀌어야 그 들을 보는 나의 시선도 바뀔 것이다. 그들이 잘 하고 있으니 시선을 바꿔 생각해라, 이런 말이 아니다. 못하고 있는 건 못하는 것이고 그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부족할 수 밖에 없다. 그 부족함을 그냥 그 사람의 하나로 인정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. 그래야 공생하고 협력하고 살 수 있다.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이제와 굳이 꺼내놓는 다는 것은 그 것이 내 인생에 있어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.
-감사 일기-
건강한 내 몸에 감사합니다.
자유로운 내 신체와 생각에 감사드립니다.
나를 둘러 싼 많은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.
'일기장' 카테고리의 다른 글
그 속에서의 나, 나를 바라보는 나 (0) 2020.05.14